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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캠페인으로 보는 크리에이티브 [Fake Creative] 광고계동향 | 2024.04.26 광고정보샌터 광고정보샌터
 글 채용준 CD|NUT



Fake News.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뉴스, 즉 가짜 뉴스를 말합니다. Fake News를 더 적확하게 번역한다면 ‘사기성 뉴스’ 혹은 ‘기만성 뉴스’가 되겠지만 가짜 뉴스란 단어만큼 힘이 실리지는 않습니다.
가짜 뉴스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만 그 파급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 SNS가 활성화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급력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 분야와 관련된 가짜 뉴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그 빈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집니다. 이런 가짜 뉴스의 주요 유통채널이 SNS이니만큼 주요 SNS 기업들의 방지 노력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X(트위터)는 가짜 계정이나 의심스러운 계정을 적발해 매일 100만 개씩 차단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짜 뉴스 계정 차단에 나서고 있습니다.


백해무익한 Fake News지만 크리에이티브적 관점으로 보자면 꽤 흥미로운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Fake라는 것이 분명 속임수, 거짓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어 그럴싸한 인식을 형성하는 힘은 분명히 있으니깐요. 그래서 Fake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를 찾아봤습니다. Fake News는 백해무익하지만, Fake Creative는 브랜드에 꽤나 유용할 수 있습니다. 

DIESEL, Go with the Fake
패션 업계의 위조품 거래액은 연 약 523조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유명한 브랜드일수록, 브랜드가 인기가 높아질수록, 진짜를 모방하는 가짜가 많이 나타납니다. 트렌드를 이끄는 상품의 ‘짝퉁’이 나타나는 이유도 그것이죠. 진짜 같은 가짜를 저렴한 가격에 얻고 싶어 하는 심리. 그 심리를 이용한 디젤(DIESEL)의 기발한 Go with the Fake(짝퉁을 즐겨라) 캠페인입니다. 

디젤(DIESEL)은 자사의 고전적인 로고에 작은 철자 오기를(DEI- SEL) 만들어 진짜 모조품 상품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짝퉁 시장으로 유명한 뉴욕의 짝퉁 판매 구역 중심부인 커낼 가(Canal Street)에 가게를 2주 동안 빌려 데이젤(DEISEL) 가게를 열었습니다. 이 가게를 모조품 가게처럼 보이게 하려고 최대한 어수선하게 보이는 디자인을 했고 수상쩍은 가게 주인 역할을 할 두 명의 배우까지 고용했습니다. 이 가게는 디젤(DIESEL)이 실제로 매장을 열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주일 동안 영업했습니다. 실제로 이 기간 운 좋은 몇몇 사람들은 디젤(DIESEL) 본사에서 만든 진짜 상품을 짝퉁이라 생각하고 저렴한 모조품 가격으로 구입했습니다.

개업 2주째, 디젤(DIESEL)은 뉴욕 패션 위크를 통해 데이젤(DEI- SEL) 가게의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여러 소셜 미디어 채널에 공개됐고, 수천 명의 팬들과 패셔니스타들을 끌어모았죠. 그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에 몰려들 
어 디젤(DIESEL)의 한정판 데이젤(DEISEL) 상품을 전액 지불하고 사갔습니다. 데이젤(DEISEL) 가게는 원래 짧게 며칠 동안 영업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첫날 모든 상품이 매진됐습니다. 또한 데이젤(DEISEL) 로고가 인쇄된 옷은 Diesel.com에서 전 세계로 출시했고, 이 상품들 또한 세 번 연속으로 단 몇 시간 만에 매진됐습니다.

브랜드의 한정판 상품의 인기를 통해 짝퉁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보여주는, 디젤(DIESEL)의 역발상적이고 혁신적인 캠페인입니다.
이 성공 캠페인은 뉴욕타임즈, 데일리 메일, 보그, 허핑 턴 포스트, 에스콰이어, 엘르, 마리 클레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백 개의 주요 잡지와 출판물에 보도됐습니다. 또 2018년 칸라이언즈에서 다이렉트 부문과 BX & 활성화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Sea Eye, King of Human Trafficking
난민 문제는 유럽에선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뾰족한 수 없이 팽팽한 찬반 논란과 격렬한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사람’, 딱 ‘사람’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한 비극은 없을 것입니다.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지중해에서만 4,742명의 난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요. 공식적으로 집계된 자료 외의 숫자를 생각해 보면, 그 이상이겠죠. 해양 구조 작업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Sea Eye’는 좀 더 많은 유럽인이 이 문제에 관심 두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적극적인 기부로 이어지길 바랐죠. 이에 따라 ‘Sea Eye’는 반전 캠페인을 기획하는데요. 먼저, 이를 위해 난민 이슈를 다룬 게임을 공개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앱 스토어와 구글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이 게임의 이름은, 이름하여 ‘King of Human Trafficking’, 의역하면 ‘인간 밀수의 달인'인데요. 이 게임은 지중해를 배경으로, 난민들의 밀수를 도와 수익을 올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티저 영상 속 홍보 문구가 아주 가관입니다. “수익성 좋은 사업을 시작해 보세요!”, “배의 수용 인원을 적당히 조합해서 최대 이익을!”, “인간 밀수의 달인이 되어보세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 티저 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자마자 해당 게임을 비난하는 수천,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역겹다, 이게 사람이 만든 게임인가’ 등 사람들의 격한 분노가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의 분노가 절정에 달하기 바로 직전, ‘Sea Eye’는 새로운 영상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이 영상을 통해 사실 이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며, 지금도 바다 위에서 죽어가는 난민들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함이었음을 밝히죠. 결국 어떤 게임도 현실보다 잔인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2016년, 5천 명에 달하는 난민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한 뒤, 마지막으로 해당 영상은 도움을 요청하며 마무리됩니다.


“No game is as cruel as reality!”
(어떤 게임도 현실보다 잔인할 수는 없다)


이번 캠페인은 페이스북에서 5만 건이 넘는 반응을 얻으며, 무려 8 백만에 달하는 사람에게 노출됐는데요. 특히, 오스트리아의 유명 언론을 포함하여 독일, 스위스 지역의 주요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습니다. ‘Sea Eye’가 고안한 가짜 게임에 노발대발하던 사람들에게 반전을 선사하여 적잖은 충격을 선사할 수 있었으며, 특히,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실제 후원 성과를 높이는 데까지 이어져 놀라움을 전했습니다. 





Very Chocolate, The Perfect Cure For Almost Anything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순간 기피 음식 1호가 되는 초콜릿. 하지만 초콜릿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이롭다고 합니다. 다른 초콜릿보다 두껍고 풍부하면서도 진한 맛을 자랑하는 ‘베리 초콜릿 (Very Chocolate)’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갈 기발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카카오 함유량이 무려 85%에 달하는 베리 초콜릿! 초콜릿 흉내만 내는 듯한 다른 경쟁사들과 선을 긋고자 캠페인에 Fake Creative를 적용했습니다. 베리 초콜릿만의 특장점인 ‘높은 카카오 함유량’을 살린 뾰족한 컨셉으로 진행됐는데요. 이미 언론에서도 여러 번 다뤄진 특정 증상들을 완화 시키는 초콜릿의 ‘플라시보 효과’를 소재로 삼았으며, 패키징 문구 또한 의약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내용들로 채웠습니다.


‘아이들에게 효과 만점인 두통약, 복용 후에도 졸림 현상이 없습니다.'
‘카페인 0%의 자양강장제, 15회로 나눠서 복용할 수 있습니다.'
‘헤이즐넛 추출물이 첨가된 천연 항우울제, (주의)복용이 습관화될 수 있습니다.'
‘All in 1 생리 전 증후군 예방약, 복용 후 짜증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됐습니다.’


초콜릿 코너에서 만나보기 힘든 문구들로 제품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줬죠. 베리 초콜릿은 제품 패키징을 바꾸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마치 의약품 광고처럼 옥외광고, 버스/지하철 승강장, 마트 등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쳤답니다. 베리 초콜릿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다른 초콜릿 브랜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로 초콜릿 광고의 기존 형식을 뛰어넘었는데요. 85%라는 높은 코코아 함유량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었기에 가능했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패키징 문구 또한 실제 의약품 패키징에 사용되는 화법과 어휘로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Fake. 끝까지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죠. Fake Creative. 거짓인 것 같았지만 사실은 진실을 더 강하게 알리기 위한 거짓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그 차이점이 극명합니다. 사용법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약초처럼 적절한 거짓의 활용은 크리에이티브에 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